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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나간 부모 무관심에 방치…'성북 삼남매' 행복 찾기

  • · 등록일|2017-10-17
  • · 조회수|731
  • · 기간|2027-10-31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아저씨, 과자 좀 사주세요."
 
 찬바람이 불던 지난해 11월 13일 새벽 1시께, 서울 성북구의 한 골목길을 지나던 중년 남성 A씨는 앳된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순간 학대를 당한 나머지 배를 주린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A씨가 아이를 집까지 바래다주며 보니, 10평대 저층 아파트에 있는 집 내부는 옷가지와 가재도구로 '아수라장'이었고 원인 모를 악취가 코를 찔렀다.
집 안에는 아이 두 명이 더 자고 있었다.
 A씨는 "학대가 의심된다"며 112에 신고했다. 성북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이 새벽 2시께 도착했다.
경찰관들이 아이들에게 "어머니는 어디 계시니?" 하고 물어봤다. 아이들은 "엄마는 일하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수사팀은 사건을 성북서 여성청소년계 학대전담 경찰관(APO, Anti-Abuse Police Officer)인 송진영 경위에게 넘겼다.
 송 경위는 다음날 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와 함께 그 집을 방문했다.
아이들은 삼남매였다. 첫째(11·여)와 둘째(8·여)는 초등학생이었고, 막내(7)는 유치원에 다니는 남자아이였다.
송 경위가 조사해보니 아이들은 다른 또래와는 달랐다.
첫째는 '지적장애 3급'으로 약물치료 중이었다.
전날 새벽 A씨에게 과자를 사달라 했던 둘째는 '주의력결핍 과다행동 장애(ADHD)'를 앓고 있었다. 막내는 언어 발달 지연 증세를 보였다.
다행히 가정폭력이나 학대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이들 몸에 외상은 없었고, 어두운 구석도 없었다. 오히려 너무 산만한 것이 걱정될 정도로 성격이 밝았다.
가장 큰 문제는 청결이었다. 언제 고장 났는지 모를 정도로 낡은 변기에서 악취가 뿜어져 나왔다. 아이들은 화장실 바닥에 오줌을 누고 있었다.
송 경위가 삼남매의 부모를 만나보니, 그들은 서로 다른 봉제공장에서 시간제로 맞벌이하고 있었다.
그들은 육아의 중요성이나 방법을 배운 적이 없었고, 밤늦게까지 돈벌이에 치인 탓에 집과 아이들을 돌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삼남매 가정에 장기적인 관리와 민관협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12월 2일에는 피해자통합지원 솔루션팀을 꾸렸다. 심리상담사와 통장, 의사, 변호사 등이 합류했다.
12월 중순께 불결의 '주범'이었던 변기 수리가 완료됐다. 집안 대청소도 이뤄졌다.
크리스마스이브였던 지난달 24일에는 삼남매에게 '깜짝 선물'로 방한복이 전달됐다. 선물을 받아든 아이들은 곧바로 옷을 입고는 주위를 마구 뛰어다닐 만큼 기뻐하며 서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송 경위가 가장 노력한 부분은 삼남매의 어머니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돈벌이에 치중하느라 아이를 돌보지 못한 어머니에게, 송 경위는 "엄마가 애들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한다"고 설득을 거듭했다.
 그 결과, 밤 11시까지 일하던 삼남매 어머니는 최근에는 오후 6시까지만 일하고 퇴근해 아이들과 저녁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어머니는 "월급은 반으로 줄었지만, 애들과 시간을 보내니 예전보다 훨씬 행복하다"며 송 경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구청은 삼남매에게 언어치료와 심리상담치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삼남매의 부모도 지역 상담센터를 통해 육아와 자녀교육에 관한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매일 놀이터와 집을 맴돌던 삼남매는 지역 교회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서 친구를 사귀었다며 송 경위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송 경위는 9일 연합뉴스에 "'원영이 사건'처럼 가슴 아픈 아동학대 소식이 전해진 후로 학대 의심 신고가 늘었다.
성북 삼남매 사례도 최초 신고가 없었으면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기사 : 2017.01.09. 연합뉴스
출처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1/08/0200000000AKR20170108059400004.HTML?input=119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