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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근절, 답은 가정 안에 있다

  • · 등록일|2021-08-05
  • · 조회수|66
  • · 기간|2031-08-28

"아동학대 근절 답은 가정 안에 있다"

 

악순환 끊어내려면 장기적 정책으로 열매 맺어야

(시사저널=김병익 서울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장)


"왜 아이들이 또 죽는 거죠? 아동학대 예방에 국가가 이렇게 쏟아붓는데…."
 

최근 지역의 아동학대 관련 회의 시간에 위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필자는 아동학대가 단순히 피해아동과 행위자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현장을 통해 체득하고 있다. 간혹 형제·자매가 3~4명 있음에도 유독 한 아동에게 학대가 집중되는 경우가 있다. 그 한 아이가 학대를 유발하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다. 가족구성원 전체를 둘러싼 어려움과 스트레스 상황이 해소되지 못한 경우 가정 내 취약한 대상에게 폭력이 가해지는데, 구성원 중 가장 취약한 특정 아동에게 학대가 집중되는 것이다. 단순히 학대 피해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는 것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 법을 만드는 것으로 아동학대를 끊어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잇따른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시작으로 국가의 아동 보호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그럼에도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계속되자, 정부는 2020년 10월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하게 된다. 그러나 아동학대 사망 사건과 중대사건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양부로부터 폭행당해 두 달 넘게 반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두 살짜리 입양아가 치료 끝에 숨진 사실이 알려진 7월13일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수원지검 앞에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양부로부터 폭행당해 두 달 넘게 반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두 살짜리 입양아가 치료 끝에 숨진 사실이 알려진 7월13일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수원지검 앞에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개별 사건만 이슈화…시간 지나면 잊혀

지속되는 아동학대 사건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소비거리'에 불과한 듯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앞다퉈 자극적인 영상과 사진을 쏟아내고, 정부는 대중의 분노에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수립한다. 그사이 피해아동의 신분은 미디어에 쉽게 노출되고 현장에서 실현 가능한 대책 수립은 비껴가기만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동학대 이슈는 잊히고, 사건이 반복되는 것은 현장에서 오래 보아온 일이다.

 

사망 아동의 사연에 분노하는 국민의 관심을 이용할 뿐, 장기적인 대안과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희생된 아동에 대한 연민과 학대행위자를 향한 분노의 감정은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응체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완하는 장기적인 정책으로 열매를 맺어야 한다. 또한, 꾸준한 관심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 여부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아이들이 충분한 보호를 받기까지 사회는 지속적인 관심을 갖지 못했다.

생후 20개월 된 딸을 학대 사망케 한 혐의로 7월13일 구속전피의자심문을 받은 A씨ⓒ연합뉴스

생후 20개월 된 딸을 학대 사망케 한 혐의로 7월13일 구속전피의자심문을 받은 A씨ⓒ연합뉴스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대한 관심·지원 지속돼야

2020년 10월, 정부가 시행한 아동학대 대응체계 정책의 성패는 현장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현재 진행 중인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공공화를 완성하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아동학대 현장 대응의 3주체인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경찰,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명확한 역할 규정과 협조체계가 필요하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아동의 안전한 보호를 위해 면밀한 학대 여부 조사와 보호 조치를 수행하고, 경찰은 아동학대의 범죄적 판단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안전한 초동조치를 수행해야 한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심층 사례관리 전담기관으로서, 피해아동의 학대 후유증 회복과 원가정의 기능 회복으로 안전한 가정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둘째,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사례관리가 법제화 즉, 강제화돼야 한다. 아무리 강력한 초동조치와 보호 조치가 진행된다 해도, 학대 후유증 회복과 가정의 기능 회복을 위한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심층 사례관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재학대 예방은 어렵다. 그러나 현재 아동학대 처벌법상 수사기관에서 범죄로 판단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사례관리도 강제할 수 없다. 지난 6월30일부터 사례관리 거부 시 과태료 처분이 시행됐는데, 이와 별도로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판단으로 가정법원에 보호처분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 신설이 필요하다.

 

셋째, 예산 확보를 통한 아동 보호체계 대응 인력 및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지난 5년간 아동학대 신고는 2015년 1만9203건에서 2019년 4만1389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2015년 56개소에서 2021년 71개소로 15개소 증가에 그친다. 매년 급증하는 아동학대 신고와 이를 쫓아가지 못하는 대응 인프라는 학대로 인한 아동 사망을 막지 못하고 있다. 아동학대 대응 현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다행히 얼마 전 정부는 발표를 통해 여러 부처와 기금으로 흩어져 있던 아동학대 방지사업 예산을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 일원화했다. 예산 확대를 위한 초석이 놓인 것으로 매우 환영할 일이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아동학대 예산 확대와 효율적 집행, 아동학대 현장 대응을 위한 충분한 인프라와 인력 확보, 아동학대 대응 종사자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기대해 본다.

 

아동학대 근절의 답은 건강한 가정에 있다.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족이 스스로의 힘으로 가족구성원을 보호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가족이 지역사회 안전망 내에서 회복될 수 있을 때 학대는 근절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가족 중심 심층 사례관리는 아동학대 대응체계 공공화의 실현만큼이나 중요한 과업이다.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완성하고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심각한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동시에 가정의 어려움을 살피고 회복을 돕기 위해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대한 정부 및 사회의 관심과 지원은 지속돼야 할 것이다.

 

* 매체 : 시사저널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