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동학대예방, 다시 죽음에서 배운다
최근 아동학대와 관련된 사건사고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 초에는 4세여아가 극심한 방임으로 사망한 아동학대 사건에 우리 모두 분노했다. 이후 동거인에 의한 가스라이팅과 성매매강요가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얼마 후 6월 출생신고 되지 못한 영아의 시신이 냉장고에서 발견되면서 이른바 ‘그림자 아동’이라고 불리는 출생미신고 아동들에 대한 일제 점검이 시작되었고 그 중간결과는 과히 충격적이다. 확인대상 아동 2123명중 249명에 해당하는 11%가 사망으로 확인되었으며 아직도 814명이 수사 중이다. 이는 곧바로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라는 법안 마련과 국가시스템에 대한 질타로 이어졌다. 그 후 학교에서 일어난 교사의 아동학대 의심사건들과 그로인한 교사와 학부모의 대립이 극으로 치달으며 학교현장의 아동학대 대응절차로 교사의 교권을 무너지고 있으며 이를 악용한 학부모로 인해 아동학대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교사들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아주 최근에는 국회위원들이 주최한 간담회에 참여한 아동들에 대한 아동학대 논란이 일어나면서 정치적 쟁점의 한가운데 아동학대가 놓여있기도 하다. 모두 아동학대라는 아동들에게 벌어진 학대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실상 그 논의 안에 정작 아동들에 대한 깊은 고민과 아동의 권리 옹호, 아동을 위한 최선의 선택 등 아이들을 위한 고민들은 빠져있다. 현재의 상황에 아동학대의 현장에서 다년간 근무해온 필자는 우려를 표하며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지금 우리는 다시 한 번 ‘아이들의 죽음에서 배우고 있다’.
1998년 ‘서용훈, 서보람 사건’ 1999년 ‘김신애 아동사건’, 2013년 ‘서현이 사건’ 2020년 ‘16개월 입양아 사망사건’ 그리고 지금 ‘출생 미등록 아동’ 사망,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대응체계는 아이들의 죽음을 통해 조금씩 보완되어 왔으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정책의 이면에는 아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은 죽음으로 ‘아직 아이들의 삶은 위험하다’는 호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두 번 반짝 관심으로는 아이들을 구할 수 없다. 장기적인 정책과 법안마련, 그리고 확실한 예산투자만이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아동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내가 만약 버림받을 위기에 처한 아동이라면 우선은 부모와 건강하게 살기를 가장먼저 희망할 것 같다. 부모의 어려움이나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가족을 지켜나갈 수 있다면 그것이 아이에게는 가장 행복할 것 같다. 그것이 어렵다면 부모가 아니어도 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양육되어지길 바랄 것 같다. 부모처럼 나에게 관심 가져주는 양육자를 만난다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이것조차 어렵다면 안전한 양육시설에서 독립이 가능할 때까지 보호받으며 성장하고 독립한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에서 도움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명확하게 알길 희망 할 것이다. 출생신고 되지 못한 채 사망한 249명의 아이들과 아동학대 사망한 모든 아동들은 이런 단순한 바람조차 우리는 실현해 주지 못하였다.
셋째, 아동권리의 보호는 정쟁의 대상이 되거나 후퇴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 교사의 교권이 아동의 권리보호를 위해 추락한다고 누군가는 얘기한다. 아동의 권리보호와 아동학대에서 아이를 지키는 것이 교권을 후퇴시키는 것이 아니다.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고민을 하면 된다. 전문가를 통해 고민을 하고 학교 내에 시스템을 만들고 시범운영을 하면서 실천의 증거를 쌓고 수정보완 해나가면 된다. 마치 시소게임인 것처럼 이 문제를 접근하면 절대 답이 나오지 않는다. 또한 어른들의 가치관과 나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적대시 하는 접근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그 어떤 정책도 아이를 희생시켜서는 안 되며 아동은 최우선의 가치에 있다.
넷째,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아이를 낳고 출생신고하지 않는 것, 충분한 양육을 제공하지 않는 것, 위험하거나 불결한 환경에 아이를 노출시키는 것, 아이들의 발달과 정서에 무관심 한 것 모두 아동학대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아동을 발견하면 반드시 신고해야 하며 우리 모두가 돌보아야 한다. 지금의 자극적인 아동학대 범죄행위가 아동학대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해서는 안 된다. 아동들에 대한 보편적인 권리존중과 아동학대 인식 제고가 결국 사망으로 이어지는 학대의 연결 고리를 끊는 방법임을 알아야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어른들의 존재이유는 한가지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워낼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시험대에 있다. 아이들의 죽음으로 다시 한 번 배우고 있고 부끄러운 역사의 고리를 끊을 기회를 앞두고 있다. 선진국 정책을 벤치마킹한 장기적인 정책마련, 부처 칸막이 타파를 통한 실효적인 정책수행과 현실적인 예산투입, 보편적인 아동학대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과 캠페인, 정부의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촉구한다.
/김병익 서울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기고문 게재]
○일시: 2023.08.16. (수)
○제목: 아동학대예방, 다시 죽음에서 배운다
○매체: 이로운넷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36198)